하나 있던 화분을 여러 개로

 

밝은 창가에 놓인 투명 유리병 여러 개에 스킨답서스 줄기를 물꽂이 해둔 모습, 물속으로 가느다란 흰 뿌리가 자라나 있고 초록 잎이 싱싱하다. 식물 물꽂이 번식


식물을 키우다 보면 줄기가 너무 길게 자라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잘라낸 줄기를 버리지 않고 물컵에 꽂아두면 뿌리가 나면서 새 화분이 된다. 이른바 물꽂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 개체를 늘릴 수 있고, 뿌리가 자라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초보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다.

물꽂이는 삽목(꺾꽂이)의 한 방식이다. 확인해보면, 식물은 줄기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의 세포가 분열하면서 뿌리를 만들어내는 성질이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잘라낸 줄기에서 새 뿌리를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아무 식물이나 되는 건 아니고, 방법에도 성공률을 가르는 요령이 있다. 이 글에서는 실패를 줄이는 물꽂이 번식법을 정리해본다.

물꽂이가 잘 되는 식물, 안 되는 식물

먼저 내 식물이 물꽂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물꽂이가 잘 되는 것은 대체로 줄기가 부드럽고(목질화되지 않은) 마디마다 기근(공기뿌리)이 있는 종류다. 스킨답서스, 필로덴드론, 싱고니움, 아글라오네마 같은 관엽식물과 민트·로즈마리·바질 같은 허브류가 초보에게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반대로 율마·블루아이스 같은 목질화되는 침엽수는 물꽂이가 거의 어렵고 삽목으로도 난이도가 높다. 다육식물은 성격이 또 다르다. 다육은 몸에 물을 머금고 있어서 물에 담그면 오히려 과습으로 썩기 쉽다. 다육은 물꽂이보다 잘라 말린 뒤 흙에 꽂는 방식이 맞다. 그래서 시작 전에 "이 식물이 물꽂이가 되는 종류인지" 한 번 검색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줄기 자르기: 마디와 각도가 핵심

번식에 쓸 줄기(삽수)는 건강하고 병충해가 없는 것을 고른다. 오래된 가지보다 어린 가지가 뿌리를 더 잘 내린다.

자를 때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마디를 포함해서 자른다. 뿌리는 주로 줄기의 마디 부분에서 나오므로, 마디 아래로 2~3cm 여유를 두고 자른다. 삽수 길이는 대략 10~15cm 정도가 다루기 좋다. 둘째, 비스듬히 자른다. 줄기를 30도쯤 대각선으로 자르면 물을 흡수하는 단면이 넓어지고 발근에도 유리하다. 자르는 도구(가위·칼)는 알코올 등으로 소독해 절단면 감염을 막는 것이 좋다.

자른 뒤에는 물에 잠기게 될 아래쪽 잎을 모두 떼어낸다. 잎이 물에 잠기면 썩으면서 물을 오염시키고 삽수까지 상하게 만든다. 위쪽 잎도 2~3장만 남긴다. 꽃이 달려 있다면 제거한다. 식물이 꽃에 에너지를 쓰면 뿌리 내릴 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물꽂이 관리: 물과 자리

용기는 입구가 좁고 아래가 넓은 병이 좋다. 물이 넉넉히 담기면 세균 번식이 느려지고 증발도 덜하다. 용기도 소독해서 쓰고, 물은 실온의 것을 사용한다. 물은 자주 갈아 세균이 번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는 자리는 밝지만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이다. 잎은 부드러운 빛을 받되 뿌리 쪽은 어두운 편이 좋아, 불투명하거나 어두운 색 병을 쓰면 뿌리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발근에 걸리는 시간은 식물과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며칠 만에 뿌리가 나오기도 하고 3~4주 이상 걸리기도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물만 관리하며 기다리면 된다.

뿌리가 나면 흙으로 옮기기

물속에서 뿌리가 어느 정도 자라면 흙 화분으로 옮긴다. 옮기는 시점은 대체로 뿌리 길이가 2~4cm 정도 됐을 때가 적당하다. 너무 오래 물에만 두면 물에 적응한 뿌리가 흙 환경에 다시 적응하느라 몸살을 겪기도 한다.

옮길 때 주의할 점은 흙이다. 발근 초기의 삽수는 자기 양분으로 버티므로, 비료가 많은 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질소 성분은 여린 뿌리를 썩게 만들 수 있어, 거름기가 적은 상토를 쓰는 편이 안전하다. 화분 바닥에 배수가 잘 되도록 준비하고, 옮긴 직후에는 흙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며 밝은 간접광에서 적응시킨다.

한 가지 참고로, 스킨답서스처럼 물에서 뿌리내린 삽수가 흙에서 다소 더디게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옮긴 뒤 잎이 잠깐 처지더라도 곧바로 실패로 단정하지 말고 며칠 지켜보는 것이 좋다.

요약

정리해보면, 물꽂이는 돈 안 들이고 화분을 늘리는 가장 쉬운 번식법이다. 스킨답서스·필로덴드론 같은 부드러운 줄기 식물이나 허브류가 성공률이 높고, 다육·목질화 식물은 맞지 않는다. 마디를 포함해 비스듬히 자르고, 물에 잠기는 잎은 떼며, 물을 자주 갈아준다. 뿌리가 2~4cm쯤 자라면 거름기 적은 흙으로 옮긴다. 식물 종류와 환경에 따라 발근 속도와 성공률이 다르므로, 여러 삽수를 함께 시도해보면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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